정말 누구나 할 수 있고 아무나 할 수 있다
정말이다. 불과 첫 책을 본격적으로 손보기 시작한 후 두 달도 안돼서 세 번째 책의 원고를 쓰고 있을지는 나도 정말 몰랐다.
한번 직접 해보니 용기가 생긴다. 앞으로는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하는 지금 난 처음으로 사업자등록이라는 걸 한 후 서점과 계약을 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를 진행하고 오는 길이다.
원래 관공서 가서 뭘 하는 것과 친하지가 않고, 복잡한 계약사항이 적힌 서류를 만지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온 터라, 처음 하는 계약서 작성과 인감 간인, 그리고 기타 서류를 챙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말 별것도 아닌 데 몇 번을 들여다봤는지 모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명함이라는 것도 만들어봤다.
내가 만든 출판사에서 나가는 첫 번째 책은 에세이고, 두 번째는 인문, 사회 관련 서적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사실 그전 까지는 소설만 썼었다. 말 그대로 ‘글’ 써온 셈이다. 거의 십여 년 그랬던 내가 앞으로는 책을 직접 내겠다고 마음먹으면서, 그야말로 ‘책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고군분투를 했다.
앞의 경험이 쌓여서인지 조금 요령이 생긴 것 같다. 분량이라든지 컨셉이라든지..
아직 본문 글을 쓰기 전이라 어떤 글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애초 명색은 자기계발 서적이었지만 결과물은 나와 봐야 아는 법.
내가 써낸 책의 권수가 늘어나는 만큼 조금씩 더 글만 쓰는 삶에 가까워지기를 바래본다.


쓰려면 조금이라도 읽어라
예전에 연기를 해보겠노라고 깝죽대고 다닐 때 만난 형이 있다. 아마추어인 우리끼리의 모임에서 그 형은 감독 역할이었다. 레디~ 액션!을 외치는 형이었으니까.
그 형은 원래 대사 없는 단역으로 영화 몇 편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배우출신이었다. 몇 번 해보고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자기가 만들면 잘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영화에 출연을 하고는 싶은데 딱히 기회는 없는 사람들을 모아 가내 수공업 식으로 만드는 사람이었다.
정말 조촐한 모임이었다. 십 분짜리 단편 영화 하나 찍기 위해 드는 제작비 삼십여 만 원을 출연자와 스탭들 끼리 십시일반 걷은 후 dslr카메라 한 대와 어설프게나마 조명과 붐마이크를 렌탈해서, 어떻게 보면 영화과 학생들의 작품현장보다 초라한 그런 모임이었으니.
문제는 초라한 행색이 아니었다. 그 형은 명색이 자기가 만들고 연출을 한다는 사람이 영화는 본 게 별로 없었다. 몇 편 추천을 해주고 왜 영화를 잘 만들려면 많이 보기도 해야 한다는 걸 말해줘도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런 사람이 대장으로 있는 현장이니 안 봐도 뻔했다. 내가 함께한 첫 현장 때는 일기 예보 확인도 안하고 장소 섭외도 안하고 그냥 대충 대충.. 그날 하루 정말 생고생을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심지어 그 형은 작업 완료도 깔끔하게 하지 않았다. 윈도우 무비메이커로 간단한 컷편집까지만 한 후 우리가 만든 까페에 올리면 그걸로 끝이었다.
아, 이 형은 그냥 레디~액션! 하는 그 맛에 이걸 하는 거구나..
연기를 하겠다며 만났지만 나름 글을 꽤 오래, 그것도 대본을 써본 경험이 있었기에 시나리오는 거의 대부분 내가 썼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딱 한편 내가 프로필로 쓰려고 제작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적이 한번 있었다. 각본은 물론이고 주연과 연출까지 공동으로 하기로 애초에 합의를 한 후 시작한 작품이었다. 그 형과의 작업에서 나온 결과물중 그나마 가장 퀄리티는 있는 작업이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배경음악까지 삽입하고, 내가 핸드폰으로 보충 촬영한 영상까지 합치니 처음 내가 예상했던 분위기의 작품이 됐다.
물론 그 작품 역시 그럴싸하게 되지는 않았다. 애초 목표는 영화제 출품이었지만, 그냥 단편 영화 감상 사이트에 업로드하기까지가 최선이었다. 그래도 난 어떻게든 책임감이 느껴져 마무리는 지었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든다. 좋은 영화 한편은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것 없이 훌륭한 교과서나 다름없다. 그 형은 애초에 그냥 대사 없는 단역으로, 그렇게 영화에나 가끔 나오는 게 맞는 사람이었다. 주도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촬영 중에는 다른 사람 의견 수용도 잘 하지 않았다. 고집까지 센 사람이었던 거다.
글 쓰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이글을 읽는 사람 역시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 테고,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이런 저런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닌가?
주변 환경에 따라, 보고 듣는 것에 따라 사람은 변한다. 애초에 책을 그다지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우연히 읽게 된 한권의 책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스포츠 선수가 관련 동경하는 선수의 플레이를 훔치려 하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음악가나 음악이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며, 연기를 하는 사람도, 순수 예술을 하는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나 역시 너무 유명한 책을 찾아서 읽은 후 감탄하기도 하고, 우연히 발견한 기가 막힌 소설에 예상치 못한 감동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어떨 때는 내가 가지지 못한 재능에 질투를 하기도 하고, 나는 왜 그렇게 안 될까 잠깐 좌절을 하기도 하지만, 나도 꼭 한번은 그렇게 써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쓰는 작품에 따라 문체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느낌이 배어 있을 수도 있다. 영향을 받은 것이다.
나는 대학교는 다니지 않았다. 애초에 뭘 배워야 할지도 몰랐다. 간간이 책을 조금씩 읽기는 했지만 서른 살까지 읽은 책보다 서른 살부터 지금까지 읽은 책이 더 많을 것이다. 좋은 소설을 쓰려면 훌륭한 작품을 많이 접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많이 읽었다. 물론 내가 읽기에는 어려운 작품도 많았다. 그럴 때면 나의 책 읽는 수준이 살짝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난 아직도 책을 이런저런 경로와 도구로 읽는 편이다.
한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거짓말이 아니라 배가 고파지는 것처럼 책이 고파진다. 정말이다.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이제 책은 의식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가 돼 버렸다. 난 지금도 적게 읽으면 한 달에 열권, 시간이 많이 좀 챙겨 읽을 때는 열다섯 권에서 스무 권 정도는 읽는다. 분야는 그다지 가리지 않는다. 좀 편식을 한다 싶으면 의식적으로 다른 분야의 책을 읽기도 한다. 물론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읽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책에서는 이런 말도 있더라. 독서 집중기간이라 해서 삼년에 삼천권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은 후 삶이 바뀌었다고.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런 비슷한 경험을 쓴 책이 많은걸 보면. 나 역시 따라 해본다고 공립 도서관에 가서 작정하고 앉아 읽어보았지만 앉은 자리에서 두 권 읽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름대로 책 좀 읽는다고 자부하는데도 그랬다.
책 몇 권 읽는다고 해서 뭔가 사는 게 갑자기 달라진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나도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니까. 그러나..
최소한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면 책 읽기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상상으로 쓰는 건 한계가 있다. 심지어 요즘은 소설은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 각본을 쓰는 사람들도 취재를 바탕으로 한다. 상상이외에는 경험이다. 하지만 모든 걸 경험할 수는 없다.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듣는 것, 그것을 대체하는 건 독서 이상 없다. 이건 너무 흔한 말인가? 무엇보다 책을 읽다보면 가지고 있던 생각이 정리가 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이건 역사의식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역사와 관련한 대하소설을 많이 읽다보면 우리나라가 싫어지고,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들 수도 있으니까.

목차

저자 소개
정말 누구나 할 수 있고 아무나 할 수 있다

작가 모드

그래도 귀찮으면 sns부터
나는 작가였고, 작가이고, 어쩔 수 없이 앞으로도 작가다
쓰려면 조금이라도 읽어라
‘글’도 예술이다. ‘그럴싸한 것’에 대한 고민은 그만
자신을 속이지는 말자

일단 재미 들리면 멈추기 힘들어
내 맘대로 영화리뷰, 서평
그날의 감성 한줄
내 주변의 모든 것이 글감이 될 수 있다
생각이 많을수록 글감이 많이 생긴다

하루에 네 페이지씩
직장 많이, 자주 옮겨 다니자
내가 까페에서 글 쓰는 중요한 이유
아이폰으로 책 보기
백 권을 쓰겠다는 목표

고성능 노트북? 굳이 필요 없다
생각보다 내가 글을 잘 쓰는구나
운명처럼 다가온 글쓰기
한번쯤은 다녀볼만한 아카데미
롤모델을 정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혹시 모르니 치부는 각자 알아서
정말 글만 쓰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루키의 글쓰기
글 쓰는 사람에게 역사의식이란
어떻게 보면 타고나는 것

나의 첫 책은 연애성장소설, 두 번째는 감성 에세이, 세 번째는 인문, 사회
자꾸 쓰다보면 알게 된다. 뭘 써야 되고 뭘 쓰지 말아야 되는지
내 인생 첫 인세는 4만7천원
글 쓰는데도 체력이 필요하다


출판 모드

생각보다 굉장히 간단한 전자책 편집
나는 출판사 사장이다
생각보다 쓰레기 같은 책이 많다
꼭 두꺼워야만 책은 아니다
그림판을 이용한 커버 DIY

영화도 핸드폰으로 보면서
내가 쓰기만 하다가 굳이 만들게 된 이유
마시멜로 이야기와 살인자의 기억법
책 읽는 남자의 로망, 서재
친구들이 퇴직의 위협에 시달릴 때 난 일어선다

출판사 로고와 명함
닥치고 재미
실험적으로 이것저것 해보는 것도 괜찮다
한 삼년만 빨리 깨달았더라면
마켓팅?

디지털과 IT가 나를 살렸다
아이디어는 수시로 메모를
차인표는 말했다. “이류와 삼류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글’에서는 티끌모아 태산이 가능하다
너무 부푼 꿈은 꾸지 말자

별거 없다. 그래도 의미 있는 일


그러나 조건은 있다


판권